西서망율도


삼동에 배꽃이 피었다는 동리에는 마른 나무에 까마귀가 간수처럼 앉아 있을 뿐이었다.
비탈에서는 적토빛 죄수들이 적토를 헐어 낸다.

느끼하니 냄새 풍기는 진창길에 발만 성가시게 적시고 그만 갈 바를 잃었다.
강으로나 가볼까. 울면서 수채화 그리던 바위 위에서 나는 도() 없는 안경알을 닦았다.

바위 아래 갈피를 잡지 못하는 3월 강물이 충충하다.

시원찮은 볕이 들었다 났다 하는 밤섬을 서(西)에 두고 역청 풀어 놓은 것 같은 물결을 나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려다보았다.

향방()의 풍토는 모발 같아
건드리면 새빨개진다.

갯가에서 짐 푸는 소리가 한가하다. 개흙 묻은 장작더미 곁에서 낮닭이 겨웁고 배들은 다 돛폭을 내렸다.

벌써 내려놓은 빨래방망이 소리가 얼마 만에야 그도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별안간 사람이 그리워졌다.
갯가에서 한 집 목로를 들렀다. 손이 없다.
무명조개 껍질이 너덧 석쇠 놓인 화롯가에 헤뜨려져 있을 뿐. 목로 뒷방에서 아주먼네가 인사 없이 나온다.

손 베어질 것 같은 소복에 반지는 끼지 않았다.
얼큰한 달래 나물에 한잔 술을 마시며 나는 목로 위에 싸늘한 성모()를 느꼈다.

아픈 혈족의 ‘저’를 느꼈다.

향방의 풍토는 모발 같아
건드리면 새빨개진다.

그러고 나서는,

혈족이 저물도록 내 아픈 데가 닿아서

부드러운 구두 속에서도 일마다 아리다.

밤섬이 싹을 틔우려나 보다.

걸핏하면 뺨 얻어맞는 눈에 강 건너 일판이 그냥 노오랗게 헝클어져서는 흐늑히늑해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망율도(西望栗島) (공유마당,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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