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이상

 

배고픈 얼굴을 본다.
반드르르한 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배고픈 얼굴은 있느냐?

 

저 사내는 어데서 왔느냐.

저 사내는 어데서 왔느냐.

 

저 사내 어머니의 얼굴은 박색임에 틀림이 없겠지만

저 사내 아버지의 얼굴은 잘생겼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함은

저 사내아버지는 워낙은 부자였던 것인데

저 사내어머니를 취한 후로는 급작히 가난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거니와

참으로 아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 보담도 어머니를 더 닮는다는 것은 그 무슨 얼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행을 말하는 것이지만 저 사내 얼굴을 보면

저 사내는 나면서 이후 대체 웃어본 적이 있었느냐고 생각 될이만큼 험상궂은 얼굴이라는 점으로 보아

저 사내어머니의 얼굴만을 보고 자라났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저 사내 아버지는 웃기도 하고 하였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지만

대체로 아해라고 하는 것은 곧 잘 무엇이나 숭내내는 성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사내가 조금도 웃을 줄을 모르는 것같은 얼굴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저 사내아버지는 해외를 유랑하여 저 사내가 제법 사람 구실을 하는 저 사내로 장성한 후로도 아직 돌아오지 아니하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또 그렇다면

서 사내 어머니는 대체 어떻게 그날 그날을 먹고 살아 왔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될것은 물론이지만

어쨌든간에

저 사내 어머니는 배고팠을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배고픈 얼굴을 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는데

귀여운 외톨자식인지라 저 사내만은 무슨일이 있든간에

배고프지 않도록하여서 길러 낼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지만

아뭏든 아해라고 하는 것은

어머니를 가장 의지하는 것인 즉

어머니의 얼굴만을 보고 저것이 정말로 마땅스런 얼굴이구나 하고 믿어버리고선

어머니의 얼굴만을 열심으로 숭내 낸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어서

그것이 지금은 입에다 금니를 박은 신분과 시절이 되었으면서도

이젠 어쩔 수도 없을이 만큼 굳어버리고 만 것이나 아닐까고 생각되는 것은

무리도 없는일인데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르르 한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저 험상궂은 배고픈얼굴은 있느냐.

 

193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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