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2
내 마음의 크기는 한개 권연 기러기만하다고 그렇게 보고
처심은 숫제 성냥을 그어 권연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자살을 권유하는도다.
내 마음은 과연 바지작 바지작 타들어가고 타는대로 작아가고
한개 권연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과연 나는 내 마음의 공간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음향을 들었더니라.
처심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대문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한 공허를 시험하듯이 한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조인이 끝난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좌우 못보는 내 아픈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