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이상- 카톨릭 청년 1933년. 10월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 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요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요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 하는 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 된 사업에 골몰할거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괘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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