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TU SI NA COSA GRANDE멋진 당신
소설 失花 중에서 -李箱- 문장, 1939. 3
사람이―---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강사는 C양의 입술이 C양이 좀 횟배를 앓는다는 이유 외에 또 무슨 이유로 조렇게 파르스레한가를 아마 모르리라.
강사 는 맹랑한 질문 때문에 잠깐 얼굴을 붉혔다가 다시 제 지위의 현격히 높은 것을 느끼고 그리고 외쳤다.
"쪼꾸만 것들이 무얼 안다고―---"
그러나 연이는 히힝 하고 코웃음을 쳤다.
모르기는 왜 몰라―--- 연이는 지금 방년이 이십,
열여섯 살 때 즉 연이가 여고 때 수신과 체조를 배우는 여가에 간단한 속옷을 찢었다.
그리고 나서 수신과 체조는 여가에 가끔 하였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다섯 해―---개꼬리도 삼 년만 묻어 두면 황모(黃毛)가 된다든가 안 된다든가 원―-
수신시간에는 학감선생님, 할팽(割烹) 시간에는 올드미스 선생님, 국문 시간에는 곰보딱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이 귀염성스럽게 생긴 연이가 엊저녁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내면 용하지
." 흑판 위에는 '요조숙녀'라는 액(額)의 흑색이 임리(淋彍)하다.
"선생님 선생님―--- 제 입술이 왜 요렇게 파르스레한지 알아맞히신다면 참 용하지."
연이는 음벽정(飮碧亭)에 가던 날도 R영문과에 재학중이다.
전날 밤에는 나와 만나서 사랑과 장래를 맹세하고 그 이튿날 낮에는 기싱과 호손을 배우고
밤에는 S와 같이 음벽정에 가서 옷을 벗었고 그 이튿날은 월요일이기 때문에
나와 같이 같은 동소문 밖으로 놀러 가서 베제(키스)했다.
S도 K교수도 나도 연이가 엊저녁에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S도 K교수도 나도 바보요,
연이만이 홀로 눈 가리고 야웅 하는 데 희대의 천재다.
연이는 N빌딩에서 나오기 전에 WC라는 데를 잠깐 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오면 남대문통 십오 간 대로 GO STOP의 인파.
"여보시오 여보시오, 이 연이가 저 이층 바른편에서부터 둘째 S씨의 사무실 안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나왔는지 알아맞히면 용하지."
그때에도 연이의 살결에서는 능금과 같은 신선한 생광(生光)이 나는 법이다.
그러나 불쌍한 이상 선생님에게는 이 복잡한 교통을 향하여 빈정거릴 아무런 비밀의 재료도 없으니
내가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고 싱겁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
파르스레한 입술을 경계하라! 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