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申報매일신보 1936년 3월 25일 문예면 3단
소장처:연세대학교중앙도서관
7 골동벽 骨董癖 2
결국 골동품의 가치는 그런 고고학적(考古學的)인 요구에서 생기는 것일 것이다.
겸하여 느끼는 아름다운 삼정은 즉 선조(先祖)에 대한 그윽한 향수(鄕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역사(歷史)라는 학문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어느 시대의 생활양식ㆍ민속(民俗)ㆍ민속예술 등을 알고자 할 때에 비로소 골동품의 지위가 중대해지는 것이지, 그러니까 골동품은 골동품만을 모아놓는 박물관과 병존(竝存)하지 않고는 그 존재 이유가 소멸(消滅)활 뿐 아니라, 하등의 ‘구실’을 못한다.
같은 시대 갓, 같은 경향(傾向)의 것을 한데 모아놓고 봄으로 해서 과연 구체적인, 역사적인 지식(知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 ― 그러니까 물론 많을수록 좋다. ― 그렇지 않고 외따로 떨어진 한 파편(破片)은 원인(原人) 피테칸트로푸스의 단 한 개의 골편(骨片)처럼 너무 짐작을 세울 길에 빈곤(貧困)하다.
그것을 항아리 한 개, 접시 두 조각 해서 자기 침두(枕頭)에 늘어놓고 그 중에 좋은 것은 누가 알까봐 쉬쉬 숨기기까지 하는 당세(當世) 골동인(骨董人) 기질은 우선 아까 말한 고고학적 의ㅡ이에서 가증(可憎)한 일이요,
둘째 그 타기(唾棄)할 수전노적(守錢奴的) 사유관념(私有觀念)이 밉다.
그러나 이 좋은 것을 쉬쉬 하는 패쯤은 양민(良民)이다.
전혀 5전에 사서 백 원에 파는 것으로 큰 미덕(美德)을 삼는 골동가(骨董家)가 있으니, 실로 경탄(驚歎)할 화폐제도(貨幣制度)의 혼란(混亂)이다.
모씨는 하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요컨대 샀던 것 깜빡 속았어. 그러나 5원만 밑지고 겨우 다른 사람한테 넘겼지, 큰일 날 뻔 했는 걸 ―이다. 위조(僞造) 골동품을 모르고 고가(高價)애 샀다가 그것이 위조라는 것을 알자, 산 값에서 5원만 밑지고 딴 사람에게 파라먹었다는 성공미당(成功美談)이다.
재떨이로 쓸 수도 없다는 점에 있어서 우선 제로에 가까운 가치밖에 없는 한 개 접시를 위조하는 심사를 상상키 어렵거니와, 그런 귀매망량(鬼魅魍魎)이 이렇게 교묘하게 골동세계를 유영(遊泳)하고 있거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일이다.
누구는 수만 원의 명도(名刀)를 샀다가 위조라는 것을 알고 눈물을 머금고 장사를 지내버렸다 한다.
그러나 이 가짜 항아리―접시 나부랭이는 속은 사람ㄴ이 또 속이고 또 속은 사람이 또 속이고 해서 잘 하면 몇 백 년도 견디리라. 하면 그 동안에 선대(先代)에는 이런 위조골동품이 있었답네 ― 하고 그것마저가 유서 깊은 골동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타기(唾棄)할 괴취미(怪趣味)밖에 가지지 않은 분들엑서 위(僞)졸―랑은 눈에 띄는 대로 때려부수시오―하고 권하기는커녕
골동품―물론 이 경우에 순수한 미술품 말고 항아리 나부랭이를 말함―은 고고학적ㆍ민속학적 요구에서 박물관에 기부하시오, 하고 권하면, 권하는 이더러 천(賤)한 놈이라고 꾸지람을 하실 것이 뻐언하다. -끝-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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