恐怖의 記錄공포의 기록 : 서장
공포의 기록 초고에 해당하는 글로 보여짐 추악한 화물 내용과 유사
그리하여 힘겹게 막 도착한 참이었다.
그는 안을 들여다 봤다.
풀칠을 해서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게 되어 있는 현관문에는 그의 검게 탄 얼굴 상판이 비칠 뿐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N자를 옆으로 약간 비스듬이한 모양새로 그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 바로 옆에는 한 마리의 개가 흙을 파내고 있었따.
마침내 드러누웠다.
혀를 내밀었다.
혀가 깃발처럼 일렁이고 있는 품이 몹시 숨이 가쁜 모양이다.
「온돌이 한 칸, 다다미가 두 장.」
그렇게 말했었는데 그러나 못이 굳게 박혀 있다.
부산스럽게 들락거리는 쥐들은 내부의 모양에 대해 아무것도 전해주지 않는다.
안면의 근육이 갑자기 욱신욱신 죄어드는 것 같았다.
살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하루에도 몇번씩 말랐다가 쪘다가 하는 것이다.
「싣고 오기로 하자ㅡ저 허접쓰레기 뭉치를」
인사나 하듯 '세놓음'이라고 써붙인 쪽지 옆에 조그마한 명함이 한 장 핀으로 꽂혀져 있다.
한면수 전등요금은 XX동 XX번지로 받으러 오세요 라고 씌어 있다. (거짓말 마!) 물론 이 한면수라는 작자는 허접쓰레기ㅡ틀림없이ㅡ덩치를 싣고 어디로 갔는지 알 턱이 없을 터인데(거짓말 마!).
어째서 사람들은 이러한 허접쓰레기 짐덩이를 운반하고 다녀야만 하는 구차하고도 기구한 책임이 있는 것일까?
그는 뒤쪽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살펴보는 시늉을 했다. 뒷문은 없다. 골목에서 바로 온돌칸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기가 막혔다. 부엌이라고 다다미 반 장만한 넓이다. 그는 기가 막혔다. 모조리 굳게 못이 박혀 있다.
변소에는 창이 있다. 그리고 퍼내는 구멍이 있다. 취사를 하면서 유유히 변소 구멍을 훑어보게 되어 있는 구조인가 보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가 오랜 것 같은데도 아직 악취는 지독하다. 여기에다 더욱 생생한 거름을 부어 넣기만 하면 활발한 비등(沸騰)이 시작되겠지. 화초는 어떻게 할까. 화초는 기아처럼 내버리고 올까. 그는 화초를 사랑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낸가.
아, 피곤하다. 그에게 아방궁을 준다 해도 더는 움직일 수 없다. 그는 그렇도록 피곤한 것이다.
얇아빠진 제라친 같은 얼굴이 형편없이 타서 그 빈상스런 몰골은 보기에도 괴롭다. 누렇고도 검은 어쩌면 그렇게도 흉한 색상일까.
진주처럼 허연 눈을 깜빡깜빡 깜짝이면서 쩔쩔매는 그의 흉한 얼굴이 다시 유리창에 비쳤다. 깜짝 놀랬다. 옆집 아낙네가 빨래를 하고 있다. 튼튼하게 생겼다. 가벼운 옷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약간의 부분을 빼고 노출한 살갗은 명랑하고 신선한 것이라고 그에게 생각되었다. 그는 건강하지 못하다. 그리고 체격은 말이 아니다.
ㅡ자아, 나르자! 저 악취에 싸여 있는 육친의 한 뭉치를 그는 낡은 짐수레에 싣고 날라와야 한다.
노동이다. 그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든지 하는 일 따위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었다.
성격파산ㅡ무엇 때문에?
그의 교양은 그의 겉모양새와 같은 꼴이 되어 버렸다. 남루. 수염도 텁수룩하다. 거리. 땀.
그의 아내가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그는 고상한 국화꽃처럼 나날이 누더기가 되어갔다. 아내는 그를 버렸다. 아내의 행방은 불명이다.
그는 아내의 신발을 들여다봤다. 공복(空腹)ㅡ절망적인 공허가 그를 조소하는 듯했다. 초조하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왔는가.
적빈.
쓸만한 넝마는 남의 손에 의해 모두 팔려나갔다. 그리하여 보다 더 남루한 넝마들이 병균처럼 남아 있다.
탕아는 이 처참한 현장엘 제 집이랍시고 돌아왔다. 화초들은 향기 높은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그 중에는 빨간 열매까지 맺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헐벗고 굶주려 변형된 채 고래고래 서로 악다귀를 하고 있었다.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외롭고 초라한 모습으로 거칠대로 거칠어진 손바닥만 마당가에 내려서서 눈을 지긋이 감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책들을 불태웠다. 산더미 같은 편지를 태웠다. 그밖에도 많은 그의 기념물들을 태워버렸다.
가족은 그의 처에 대한 질문 따위를 하는 일은 없다. 그는 대답할 것이 없다.
밤이 되자 그는 유령처럼 흥분한 채 거리를 누볐다. 이제 그에게는 의지할 곳이 없다. 오로지 한 가닥 공복을 메꾸기 위해 행동할 뿐이었다.
성격의 파편. 그는 그런 것은 돌아볼 생각도 않는다. 공허에서 공허로 그는 역마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술이 시작되었다. 술은 그의 앞에서 향수처럼 빛났다.
왼팔이 오른팔을 오른팔이 왼팔을 자꾸만 가혹하게 구타한다. 날개가 부러져서 흔적이 시퍼렇다.
소량의 구조 깃발은 이미 효력이 없다.
(1935. 8. 2)
이상 last ?????????????????????????????
나의 생활은 나의 생활에서 1을 뺀 것이다.
나는 회중전등을 켠다.
나의 생활은 1을 뺀 나의 생활에서 다시 하나 1을 뺀다.
나는 회중전등을 끈다.
감산이 회복된다ㅡ그러나 나는 그것때문에 또다른 하나의 생활을 잃어버린다.
나는 회중전등을 포켓 속에 집어넣었다.
동서남북조차 분간할 수 없다. 나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빈둥빈둥ㅡ 나의 사상마저 빈둥거리게 하기 위해 회중전등이 포켓 속에서 켜졌다.
나는 서둘러야 한다. 무엇을?
나는 죽을 것인가? 그게 아니면 나는 비명의 횡사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내게는 나의 생활이 보이지 않는다.
나의 생활의 국부를 나는 나의 회중전등으로 비추어 본다.
1이 빼어져 나가는 것을 목전에 똑똑히 보면서ㅡ나는 나에게도 생활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2)
병자가 약을 먹고 있다.
병자는 약을 먹지 않아도 죽기 때문이다.
그것은 건강한 사람은 약을 먹어도 건강하기 때문이다.
(3)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냈다.
ㅡ이 편지 읽는 대로 곧 답장을 보내 주세요ㅡ
단지 이 한마디만을 써서ㅡ
그러자 답장이 왔다.
ㅡNo, 이것을 Yes로 생각하세요ㅡ
No 이것을 번역하면 '아니다'
Yes 이것을 번역하면 '맞다'
'아니다'를 '맞다'로 한다면 아무리 '맞다' '맞다'라고 해본들 이 '맞다'는 '아니다'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니다'나 '맞다'나 매한가지다. 어느 쪽이든 '아니다'인 것이다.
결국 No는 Yes가 있어서 비로소 No가 되며 Yes는 No가 되는 것이다.
(4)
어느 겨울의 한낮 태양은 드디어 은하 깊숙이 빠져버렸다.
장대(長大)한 밤
지구에는 아직 봄은 아득하고 빙설은 두껍게 얼어붙어 있다.
태양을 상실한 지구에 봄은 올 것인가.
달빛마저 없는 칠흑의 암야가 한 달이나 계속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또 어느 겨울 한낮 숲에 달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빈사의 지구를 푸르게 비추었다.
빛을 찾은 인류는 전생명체를 대표하여 간신히 삭정이를 긁어모아ㅡ달빛을 의지하여ㅡ횃불을 올렸다.
가냘픈 단말마의 함성이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는 폭풍처럼 계속되었다.
그때로부터 달빛은 매일 낮 매일 밤 지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낮 매일 밤이 만월이었다(달은 태양을 부담했다).
그리하여 눈은 달빛에 녹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이 황량한 빙원(氷原)을 정맥(靜脈)처럼 흘러갔다.
그리하여 인류는 모든 생명체를 대표하여 그 지도의 행선을 쫓았다.
봄으로 봄으로
인류는 이미 천국을 탐하지 않는다. 단지ㅡ봄은 올 것인가.
이러한 중에도 동사는 폭풍처럼 계속되었다.
(1933. 2. 5)
(5)
모조리 가지가 잘리워진 한 그루의 가로수
별안간 한 가닥의 가지가 쑥쑥 자란다.
마술처럼 그 끝 쪽에는 좀더 가는 것이 이것도 쑥쑥 자랐다.
ㅡ이건 지팡이를 들어올려 길을 가리키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나는 나의 생명의 북극을 확인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는 입도 떼지 않았다.
그는 별안간 혀끝을 낼름 내보였을 뿐이었다.
혀는 그의 입안 가득히 부어올라 있었다.
애처러운 그 표정에서는 눈물이 땀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바람처럼 그의 옷깃에 스며들어버렸다.
한 자루의 지팡이보다도 더욱 외롭게 그는 지팡이에 기대어 해골같은 육체를 언제까지나 한자리에 못박은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1933. 2. 5)
(6)
황성(荒城)은 눈을 밟고 산을 넘고 있다.
낡은 성문은 개방되어 있다. 도회의 입구
석양에 붉게 성내고 있는 성채. 그 앞에서 나는 모자를 벗는다.
백년 전의 주민의 최후의 한 사람까지 죽고 없는 오늘
고적은 해묵었다. 그러나 백년에 한 번 백년을 느끼는 사람에게만은 새롭다.
산까마귀의 수명은 몇 년이나 될까?
나는 또 길가의 소년의 나이를 나의 나이에서 감산해 보기도 한다.
황성은 또 모래와 바위를 밟고 내 쪽으로 산을 넘어온다.
(1933. 2. 27)
(7)
새벽녘 까마귀가 운다.
ㅡ저 녀석도 가래를 토하나 보다ㅡ
나의 정수리 한가운데 까마귀의 가래 같은 것이 떨어졌다.
빨갛게 불이 붙나 했더니 납덩이처럼 무겁다.
정수리가 빠개진다. 물론 나는 즉사한다.
체온이 증발한다.
위(胃) 속에 피가 가득 괴어서 내일 아침 토할 준비를 한다.
ㅡ오늘 아침이야말로 정말 죽는 것이 아닐까ㅡ
이상하게도 나는 매일 아침 소생했다. 그리하여 내일 새벽까지의 공기를 마셨다 뱉았다 하는 것이다.
나의 수명은 정확히 매일 일주야밖에 없다.
그것이 반주야(半晝夜) 혹은 반의 반주야 그 또 반에반까지 줄지 않는 이상 나는 하루의 수명만으로도 좀체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1933. 2. 27)
(8)
수와 복을 수놓은 새 베개를 베고 나는 나의 백(百)을 넘는 맥박을 헤아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일을 생각하기도 했다.
나의 목에 매달려 있는 사지와 동체는 뱀의 꼬리보다도 말라 있다.
나의 목에 꽂혀져 있는 머리만이 수복인 모양이다.
목 위와 목 아래가 서로 명함을 교환한다.
슬픔과 잔인의 향연에서 나온 불결한 공기가 끊임없이 나의 비강으로 들락거린다.
(9)
여자의 손은 하얗다. 그리고 파란줄이 잔뜩 있다.
여자는 그 파란줄 하나를 선택한다. 앞으로 간다 갈라진다.
여자는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앞으로 간다. 또 갈라진다.
여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앞으로 간다. 역시 갈라진다.
ㅡ지팡이로 해봐야지ㅡ
물론 지팡이라도 쓰러뜨려 보지 않는 이상 어떤 지식으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의지로 길을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No와 Yes 두 톨의 편지를 써서 지팡이를 쓰러뜨려 봉함에 넣는다.
그리고 또 지팡이를 쓰러뜨려 주소를 쓴다. 그리고 또 지팡이를 쓰러뜨려ㅡ
ㅡ당신은 Yes라고 말했군요. 고맙습니다ㅡ
ㅡ그치만 그게 정말 Yes인지 아닌지는 이걸 쓰러뜨려봐야 알지요ㅡ
아ㅡ 아무리 쓰러뜨려 본들 무슨 수로 그것을 알 수 있을까?
(1933. 2 . 27)
(10)
누군가가 밥을 먹고 있다. 몹시 더러운 꼴이다.
그렇다. 분명히 밥을 먹는다는 것은 더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라고 하는 작자가 바로 내 자신이라면 이걸 어쩐다?
(1933. 2. 27)
(11)
나는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한다.
나는 또 손톱을 깎아 마당 가운데 버린다.
나는 폐의 파편을 토한다.
나는 또 몸뚱이의 도처가 욱신거린다.
나는 서서 오줌을 갈기면 눈이 녹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또 내가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소리를 질러본다.
내일이 오늘이 될 수 없는 이상 불안하다.
내일이야말로 정말 미쳐버릴거다ㅡ나는 항상 생각하며 마음을 들볶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한쪽 장갑을 잃어버렸을까?
나는 나머지 장갑도 마저 잃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내 마음대로 그것을 없앨 수가 있을까?
나는 욕을 먹는다. 한쪽 장갑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내일은 내게 편지가 오려나
내일은 좀 풍성해지려나
내일 아침 몇시쯤 나의 최초의 소변을 볼 것인가
(193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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