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버린 수첩




1

아름다운 품위와 아담한 자태의 여자도둑이 내 뒤를 밟는다고 상상하라.

 

문 빗장을 내가 지르는 소리는

생각하고 있는 내 마음이 얼어붙는 소리의 기록이거나

그것이 포개진 상태이거나......

無情무정하구나

 

등불이 침침하니까.

여자도둑의 하얀 젖빛 나체가

참으로 마음을 홀려 끄는 힘이 있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이거나

아니면 깔끔한 것이다.

 


 

2

법석난리 치던 사창가 장사가 끝난 도시의 길바닥에 휴지조각이 어지럽다.

단체의 법칙에 따라 명을 받들고

달빛이 이 어지러운 휴지조각 위에 먹줄을 긋느니라.

(색이여 보호색이거라)

나는 이런 일을 흉내 내어 껄껄껄

 

3

사람들이 퍽 죽은 모양인데

거의 시체를 남기지 않았다.

처참한 포화가 은근히 온기를 부른다.

그런 다음에는

세상 것이 싹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깊은 밤은 계속 된다.

원숭이는 드디어 깊은 잠에 빠졌다.

공기는 젖빛 흰색으로 화장되고

나는?

사람의 시체를 밟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부 면에 털이 솟았다

멀리 내 뒤에서 내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4

이 도시 동경의 폐허에 웬 전보가 오나?

?

(조용합시다. 할머니의 생식기입니다)

 

5

침대 시트 위에 내 몸 자국의 얄팍한 테두리가 찍혔다.

이런 두개골에는 해부도가 나타나지 않는다.

내 정면은 가을이다

단풍 근방에 투명한 홍수가 가라앉는다.

잠을 깬 뒤에는 손가락 끝이 임질 고름 분비물의 소변으로 차갑더니 기어 방울져서 떨어졌다.

 

6

건너다보이는 이층에서 大陸대륙의 계집이 들창을 닫아버린다.

닫기 전에 침을 뱉었다.

마치 내게 사격하듯이......

실내에서 버러질 일을 상상하며 나는 질투한다.

커진 수족을 벽에 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음란한 외국어가 하고많은 세균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침실에 병든 몸을 기른다.

병든 몸은 가끔 질식하고 血循혈순이 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7

단추를 감춘다.

남 보는데서 싸인을 하지 말고......

어디 어디 암살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누구든지 모른다.

 

8

......도로에서 선전용 마이크로폰 소리는 마지막 發電발전을 마쳤다.

야음을 찾아내는 月光월광

죽은 몸뚱이는 잃어버린 체온보다 훨씬 차다.

난로 위에 서리가 내렸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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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波狀鐵板파상철판이 넘어졌다.

강퍅한 소리에는 여운도 없다.

그 밑에서 늙은 議員의원과 늙은 교수가 돌아가며 강연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 되느냐

이들의 하는 짓거리는 하나같이 이들의 선배 상판을 닮았다.

아무도 없는 驛區內역구내에 화물차가 우뚝하다.

마주하고 있다.

 

9

죽음의 표시를 붙인 암호인가.

電流전류 위에 올라앉아서

죽음의 가나안을 지시한다.

도시의 붕궤는

입소문 보다 빠르다.

 

10

市廳시청은

法典법전을 감추고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성황의 처리를 거절하였다.

콩크리田園전원에는 풀 한 포기도 없다.

물체의 陰影음영에 生理생리가 없다.

고독한 능란한 솜씨의 카인

도시의 입구에서

인력거를 내리고

늘 그랬듯이

이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리라.

 

- - 자오선, 1937. 11

 

자오선: 이육사· 서정주· 김광균· 신석초· 이상 등이 참여한 동인지다.

193711월 창간호 발행

 




 

  원문

破帖 파첩

1

 

優雅(우아)女賊(여적)이 내뒤를 밟는다고 想像(상상)하라.

() 빗장을 내가지르는 소리는 내心頭(심두)凍結(동결)하는 錄音(녹음)이거나 그이거나......

無情(무정)하구나

()불이 침침하니까 女賊(여적) 乳白(유백)裸體(나체)가 참 魅力(매력)있는 汚穢(오예)가 아니면 乾淨(건정)이다

 

2

市街戰(시가전)이 끝난 都市(도시)步道(보도)()가어지럽다

黨道(당도)()을받들고 月光(월광)이이()어지러운위에 먹을즐느리라

(()이여 保護色(보호색)이거라) 나는 이런일을흉내내어 껄껄껄

3

人民(인민)이퍽죽은모양인데 거의 亡骸(망해)를남기지않았다 悽慘(처참)砲火(포화)가 은근히溫氣(온기)를부른다 그런다음에는 世上(세상)것이發芽(발아)치 않는다 그러고 夜陰夜陰(야음야음)繼續(계속)된다

()는 드디어 깊은睡眠(수면)에빠졌다 空氣(공기)乳白(유백)으로 化粧(화장)되고

나는?

사람의屍體(시체)를밟고집으로돌아오는 길에 皮膚面(피부면)에털이솟았다 멀리 내뒤에서 내 讀書(독서)소리가들려왔다

 

4

首都(수도)廢墟(폐허)에 왜遞信(체신)이있나

? (조용합시다 할머니의 下門(하문)입니다)

 

5

 

트위에 내稀薄(희박)輪廓(윤곽)이 찍혔다. 이런頭蓋骨(두개골)에는 解剖圖(해부도)參加(참가)하지않는다

正面(정면)은가을이다 丹楓(단풍)근방에 透明(투명)洪水(홍수)沈澱(침전)한다

睡眠(수면)뒤에는 손가락끝이 濃黃(농황)小便(소변)으로 차겁더니 기어 방울이져서 떨어졌다

 

6

 

건너다보이는 二層(이층)에서 大陸(대륙)계집이들창을닫아버린다 닫기()에 침을배앝았다

마치 내게射擊(사격)하듯이......

室內(실내)展開(전개)될생각하고 나는嫉妬(질투)한다 上氣(상기)四肢(사지)()에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淫亂(음란)外國語(외국어)가하고많은 細菌(세균)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閨房(규방)病身(병신)을기른다 病身(병신)은가끔窒息(질식)하고 血循(혈순)이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7

단추를감춘다 남보는데서싸인을하지말고......어디 어디 暗殺(암살)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누구든지모른다

 

8

 

......步道(보도)마이크로폰은 마지막 發電(발전)을 마쳤다

夜陰(야음)發掘(발굴)하는月光(월광)

死體(사체)는 잃어버린體溫(체온)보다 훨씬차다 灰燼(회신)위에 서리가나렸건만.....

 

별안간 波狀鐵板(파상철판)이넘어졌다 頑固(완고)音響(음향)에는 餘韻(여운)도 없다

그밑에서 늙은 議員(의원)과 늙은 敎授(교수)가 번차례로講演(강연)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되느냐

이들의상판은 個個(개개) 이들의先輩(선배)상판을닮았다

烏有(오유)驛區內(역구내)貨物車(화물차)가 우뚝하다 ()하고있다

 

9

喪章(상장)을붙인暗號(암호)인가 電流(전류)위에올라앉아서 死滅(사멸)가나안指示(지시)한다

都市(도시)崩落(붕락)은 아風說(풍설)보다빠르다

 

10

 

市廳(시청)法典(법전)을감추고 散亂(산란)處分(처분)拒絶(거절)하였다

콩크리田園(전원)에는 草根木皮(초근목피)도없다 物體(물체)陰影(음영)生理(생리)가없다

孤獨(고독)奇術師(기술사)카인都市關門(도시관문)에서 人力車(인력거)를 내리고 항용 이거리를緩步(완보)하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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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파이 역사에는 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 스파이의 활동은 은밀해 눈치 채기 어렵다.

그들은 여색에 빠진 남성들을 치마폭에 휘감고 쥐락펴락했다.

 

 

 

破帖 (파첩)      자오선, 1937년. 11월


1

優雅(우아)한女賊(여적)이 내뒤를밟는다고 想像(상상)하라 


내門(문) 빗장을 내가지르는 소리는 내心頭(심두)의 凍結(동결)하는 錄音(녹음)이거나 그「겹」이거나......
ㅡ無情(무정)하구나ㅡ
燈(등)불이 침침하니까 女賊(여적) 乳白(유백)의裸體(나체)가 참 魅力(매력)있는 汚穢(오예)가 아니면 乾淨(건정)이다

 


2

市街戰(시가전)이 끝난 都市(도시)步道(보도)에「麻(마)」가어지럽다
黨道(당도)의命(명)을받들고 月光(월광)이이「麻(마)」어지러운위에 먹을즐느리라
(色(색)이여 保護色(보호색)이거라) 나는 이런일을흉내내어 껄껄껄
 

3

人民(인민)이퍽죽은모양인데 거의 亡骸(망해)를남기지않았다 悽慘(처참)한砲火(포화)가 은근히溫氣(온기)를부른다 그런다음에는 世上(세상)것이發芽(발아)치 않는다 그러고 夜陰夜陰(야음야음)이 繼續(계속)된다
猴(후)는 드디어 깊은睡眠(수면)에빠졌다 空氣(공기)는 乳白(유백)으로 化粧(화장)되고
나는?
사람의屍體(시체)를밟고집으로돌아오는 길에 皮膚面(피부면)에털이솟았다 멀리 내뒤에서 내 讀書(독서)소리가들려왔다
 

4

이 首都(수도)의 廢墟(폐허)에 왜遞信(체신)이있나
응? (조용합시다 할머니의 下門(하문)입니다)


5

시ㅡ트위에 내稀薄(희박)한 輪廓(윤곽)이찍혔다 이런頭蓋骨(두개골)에는 解剖圖(해부도)가 參加(참가)하지않는다
내正面(정면)은가을이다 丹楓(단풍)근방에 透明(투명)한 洪水(홍수)가 沈澱(침전)한다
睡眠(수면)뒤에는 손가락끝이 濃黃(농황)의小便(소변)으로 차겁더니 기어 방울이져서 떨어졌다


6

건너다보이는 二層(이층)에서 大陸(대륙)계집이들창을닫아버린다 닫기前(전)에 침을배앝았다
마치 내게射擊(사격)하듯이......
室內(실내)에展開(전개)될생각하고 나는嫉妬(질투)한다 上氣(상기)한四肢(사지)를壁(벽)에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淫亂(음란)한 外國語(외국어)가하고많은 細菌(세균)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閨房(규방)에病身(병신)을기른다 病身(병신)은가끔窒息(질식)하고 血循(혈순)이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7

단추를감춘다 남보는데서「싸인」을하지말고......어디 어디 暗殺(암살)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ㅡ 누구든지모른다


8

......步道(보도)「마이크로폰」은 마지막 發電(발전)을 마쳤다
夜陰(야음)을發掘(발굴)하는月光(월광)ㅡ
死體(사체)는 잃어버린體溫(체온)보다 훨씬차다 灰燼(회신)위에 서리가나렸건만.....

별안간 波狀鐵板(파상철판)이넘어졌다 頑固(완고)한音響(음향)에는 餘韻(여운)도 없다
그밑에서 늙은 議員(의원)과 늙은 敎授(교수)가 번차례로講演(강연)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되느냐」
이들의상판은 個個(개개) 이들의先輩(선배)상판을닮았다
烏有(오유)된驛區內(역구내)에貨物車(화물차)가 우뚝하다 向(향)하고있다


9

喪章(상장)을붙인暗號(암호)인가 電流(전류)위에올라앉아서 死滅(사멸)의「가나안」을 指示(지시)한다
都市(도시)의 崩落(붕락)은 아ㅡ風說(풍설)보다빠르다


10

市廳(시청)은法典(법전)을감추고 散亂(산란)한 處分(처분)을 拒絶(거절)하였다
「콩크리ㅡ트」田園(전원)에는 草根木皮(초근목피)도없다 物體(물체)의陰影(음영)에生理(생리)가없다
ㅡ孤獨(고독)한奇術師(기술사)「카인」은 都市關門(도시관문)에서 人力車(인력거)를 내리고 항용 이거리를緩步(완보)하리라

                                 - 끝-

 

자오선: 이육사·서정주·김광균·신석초·이상 등이 참여한 동인지다.  1937년 11월  창간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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