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2년 2월 13일

              일제국침략자들은 만주를 초토화 하는 한편  상해사변을 유발하여  상하이 시내 전역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지고있는 중이었다.








                             지도의 암실(地圖暗室)

                                                             -이상 李箱-







기인 동안 잠자고 짧은 동안 누웠던 것이 짧은 동안 잠자고 기인 동안 누웠던 그이다.

네 시에 누우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아홉 시에서 열 시까지

리상나는 리상 한 우스운 사람을 안다. 물론 나는 그에 대하여 한쪽 보려하는 것이거니와

은 그에서 그의 하는 일을 떼어 던지는 것이다.

태양이 양지짝처럼 내려 쪼이는 밤에 비를 퍼붓게 하여

그는 레인코우트가 없으면 그것은 어쩌나하여 방을 나선다.



이삼모각로도북정거장 좌황포차거 (離三茅閣路到北停車場 坐黃布車去)

                                                ( 삼모각로를 떠나 북정거장에서 황포차를 타고 간다.)



어떤 방에서 그는 손가락 끝을 걸린다.

손가락 끝은 질풍과 같이 지도 위를 거읏는데 그는 많은 은광을 보았건만

의지는 걷는 것을 엄격케 한다.

왜 그는 평화를 발견하였는지 그에게 묻지 않고

의례한  K의 바이블 얼굴에 그의 눈에서 나온 한 조각만의 보자기를 조각만 덮고 가버렸다.




옷도 그는 아니고

그의 하는 일이라고 그는 옷에 대한 귀찮은 감정의 버릇을

늘 하루의 한 번 씩 벗는 것으로 이렇지 아니하냐.

누구에게도 없이 반문도 하며 위로도 하여 가는 것으로도 보아 안 버린다.

친구를 편애하는 야속한 고집이

그의 발간 몸뚱이를 친구에게 그는 그렇게도 쉽사리 내어맡기면서

어디 친구가 무슨 짓을 하기도 하나 보자는 생각도 않는 못난이라고도 하기는 하지만

사실에 그에게는 그가 그의 발간 몸뚱이를 가지고 다니는 무거운 노역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갈망이다.

 

시계도 치려거든 칠 것이다 하는 마음보로는 한 시간 만에 세 번을 치고

삼분이 남은 후에 육십 삼분 만에 쳐도

너 할대로 내버려 두어버리는 마음을 먹어버리는 관대한 세월은 그에게 이때에 시작된다.

 

전구에 봉투를 씌워서 그 감소된 빛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하여도

그는 한 번도 생각하여 본 일은 없이 그는 이러한 준비와 장소에 대하여 관대하니라.

생각하여 본 일도 없다면 그는 속히 잠들지 아니할까.

누구라도 생각지는 아마 않는다.

인류가 아직 만들지 아니한 글자가 그 자리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니

무슨 암시이냐가 무슨 까닭에 한 번 읽어 지나가면

그도 무소용인 글자의 고정된 기술 방법을 채용하는 흡족하지 않은 버릇을 쓰기를 버리지 않을까를 그는 생각한다.

글자를 저것처럼 가지고 그 하나만이 이랬다저랬다 하면

또 생각하는 것은 사람하나 생각 둘 말 글자 셋 넷 다섯 또 다섯 또 또 다섯 또 또 또 다섯

그는 결국에 시간이라는 것의 무서운 힘을 믿자 아니할 수는 없다.

한번 지나간 것이 하나도 쓸데없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를 버리는 묵은 짓을 그도 역시 거절치 않는지

그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다.

지금 생각나는 것이나 지금 가지는 글자가 이따가 가질 것 하나 하나하나

하나에서 모두 씩 못 쓸 것 인줄 알았는데 왜 지금 가지느냐

안가지면 고만이지 하여도 벌써 가져버렸구나

벌써 가져버렸구나 벌써 가졌구나. 버렸구나. 또 가졌구나.

 


그는 아파오는 시간을 입은 사람이든지 길이든지 걸어 버리고 걷어차고 싸워대고 싶었다.

벗겨도 옷 벗겨도 옷 벗겨도 옷 벗겨도 옷인 다음에야 걸어도 길 걸어도 길인 다음에야 한군데 버티고 서서 물러나지만 않고 싸워대기 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전구에 불이 확 켜지는 것은 그가 깨이는 것과 같다 하면 이렇다.

즉 밝은 동안에 불인지 마안지하는 얼마쯤이 그의 다섯 시간 뒤에 흐리멍텅이 달라붙은 한 시간과 같다하면 이렇다.

즉 그는 봉투에 싸여 없어진지도 모르는 전구를 보고

침구 속에 반쯤 강 삶아진 그의 몸뚱이를 보고 

봉투는 침구다 생각한다.

봉투는 옷이다.

침구와 봉투와 그는 무엇을 배웠느냐.

몸을 내어다버리는 법과 몸을 주워 들이는 법과 미닫이에 광선잉크가 암시적으로 쓰는 의미가

그는 그의 몸뚱이에 불이 확 켜진 것을 알라는 것이니까.

그는 봉투를 입는다 침구를 입는 것과 침구를 벗는 것이다.

봉투는 옷이고 침구다 음에 그의 몸뚱이가 뒤집어쓰는 것으로 닳는다.

발갛게 전등에 습기 제하고 젖는다.

받아서는 내어던지고 집어서는 내어버리는 하루가 불이 들어왔다 불이 꺼지자 시작된다.



역시 그렇구나 오늘은 카렌더의 붉은 빛이 내어내었다고 그렇게 카렌더를 만든 사람이나 떼이고 간 사람이나가 마련하여 놓은 것을 그는 위반할 수가 없다.
K는 그의 방의 카렌더의 빛이
K의 방의 카렌더의 빛과 일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량한 사람이니까.
붉은 빛에 대하여 겸하여 그에게 경고하였느냐 그는 몹시 생각한다.
일요일의 붉은 빛은 월요일의 흰빛이 있을 때에 못쓰게 된 것이지만
지금은 가장 쓰이는 것이로구나.
확실치 아니한 두 자리의 숫자가 서로 맞붙들고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웃는 것을 흉내 내어 웃는다.
그는 카렌더에게 지지는 않는다.

그는 대단히 넓은 웃음과 대단이 좁은 웃음을 운반에 요하는 시간을 초인적으로 가장 짧게 하여 웃어버려 보여 줄 수 있었다.
인사는 유쾌한 것이라고 하여 그는 게으르지 않다.
늘 투스부럿시는 그의 이사이로 와 보고 물이 얼굴 그중에도 뺨을 건드려 본다.
그는 변소에서 가장 먼 나라의 호외를 가장 가깝게 보며 그는 그동안에 편안히 서술한다.

지난 것은 버려야 한다고 거울에 열린 들창에서 그는 리상ㅡ이상히 이 이름은
그의 그것과 똑같거니와ㅡ을 만난다.

리상은 그와 똑같이 운동복의 준비를 차렸는데
다만 리상은 그와 달라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하면
리상은 어디가서 하루종일 있단 말이요 하고 싶어 한다.
그는 그 책임의무 체육선생 리상을 만나면 곧 경의를 표하여


그의 얼굴을 리상의 얼굴에다 문질러 주느라고 그는 수건을 쓴다.
그는 리상의 가는 곳에서 하는 일까지를 묻지는 않는다.
섭섭한 글자가 하나씩 하나씩 섰다가 쓰러지기 위하여 남는다.
                                                          

니상나아거 이차 주심마 (上那兒去 而且 做甚)

                                   (너는 어디에 가서 또 무엇을 하겠느냐?)



슬픈 먼지가 옷에 옷을 입혀가는 것을 못하여 나가게 그는 얼른 얼른 쫓아버려서 퍽 다행하였다.
그는 에로시엥코를 읽어도 좋다.
그러나 그는 본다.
왜 나를 못 보는 눈을 가졌느냐 차라리 본다.
먹은 조반은 그의 식도를 거쳐서 바로 에로시엥코의 뇌수로 들어서서

소화가 되든지 안 되든지 밀려나가던 버릇으로 가만가만히 시간관념을 그래도 아니 어기면서 앞선다.
그는 그의 조반을 남의 뇌에 떠맡기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견디지 않아버리기로 한 다음 곧 견디지 않는다.
그는 찾을 것을 곧 찾고도 무엇을 찾았는지 알지 않는다.

태양은 제 온도에 졸릴 것이다.
쏟아 트릴 것이다.
사람은 딱정벌레처럼 뛸 것이다.
따뜻할 것이다.
넘어질 것이다.
새까만 핏 조각이 뗑그렁 소리를 내이며 떨어져 깨어질 것이다.
땅위에 눌어붙을 것이다.
냄새가 날것이다.
굳을 것이다 .
사람은 피부에 검은 빛으로 도금을 올릴 것이다 .
사람은 부딪칠 것이다.
소리가 날 것이다.
사원에서 종소리가 걸어올 것이다.
오다가 여기서 놀고 갈 것이다.
놀다가 가지 아니할 것이다.




그는 여러 가지 줄을 잡아 다니라고 그래 성났을 때 내거는 표정을 장만하라고
그래서 그는 그렇게 해 받았다.
몸뚱이는 성나지 아니하고 얼굴만 성나 자기는 얼굴 속도 성나지 아니하고
살 껍데기만 성나 자기는 남의 모가지를 얻어다 붙인 것 같아 꽤 제 멋쩍었으나
그는 그래도 그것을 앞세워 내세우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아니 하면 아니 되게 다른 것들 즉 나무 사람 옷 심지어 K까지도 그를 놀리려드는 것이니까.
그는 그와 관계없는 나무 사람 옷 심지어 K를 찾으려 나가는 것이다.

사실 빠나나의 나무와 스케이팅 여자와 스커어트와 교회에 가고만  K는 그에게 관계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자리로 그는 그를 옮겨 놓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K에게 외투를 얻어 그대로 돌아서서 입었다.
뿌듯이 쾌감이 어깨에서 잔등으로 걸쳐있어서 비키지 않는다.
이상하구나 한다.

그의 뒤는 그의 천문학이다.
이렇게 작정되어버린 채 그는 볕에 가까운 산위에서 태양이 보내는 몇 줄의 볕을 압정으로 꼭 꽂아놓고

그 앞에 앉아 그는 놀고 있었다.
모래가 많다. 그것은 모두 풀이었다.
그의 산은 평지보다 낮은 곳에 처져서 그뿐만이 아니라 움푹 오므라들어 있었다.
그가 요술가라고하자.
별들이 구경을 나온다고 하자.
오리온의 좌석은 조기라고하자.
두고 보자.
사실 그의 생활이 그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짓들의 여러 가지라 해도 무슨 몹쓸 흉내이거나 별들에게나 구경시킬 요술이거나 이지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너무나 의미를 잃어버린 그와 그의 하는 일들을 사람들 사는 사람들 틈에서 공개하기는 끔찍끔찍한 일이니까.
그는 피난 왔다 이곳에 있다.
그는 고독하였다.
세상 어느 틈바구니에서라도 그와 관계없으나마 세상에 관계없는 짓을 하는 이가 있어서 자꾸만 자꾸만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어주었으면 그는 생각 아니 할 수는 없었다.


JARDIN ZOOLOGIQUE CETTE DAME EST-ELLE LA FEMME DE MONSIEUR LICHAN?               

                            (동물원 이 여자는 리상씨의 부인입니까?)


앵무새 당신은 이렇게 지껄이면 좋을 것을
그때에 나는 OUI! (예!) 라고 그러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그는 생각한다.

원숭이와 절교한다.
원숭이는 그를 흉내 내이고 그는 원숭이를 흉내 내이고

흉내가 흉내를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낸다.
견디지 못한 바쁨이 있어서
그는 원숭이를 보지 않았으나 이리로 와버렸으나
원숭이도 그를 아니 보며 저기 있어버렸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지는 것과 같았다.
원숭이 자네는 사람을 흉내 내이는 버릇을 타고난 것을
자꾸 사람에게도 그 모양대로 되라고 하는가.
참지 못하여 그렇게 하면 자네는 또 하라고 참지 못해서 그대로하면

자네는 또 하라고 그대로하면 또 하라고 그대로 하면 또 하라고

그대로 해도 그대로 해도 해도 또 하라고 하라고
그는 원숭이가 나에게 무엇이고 시키고 흉내 내고 간에 이것이 고만이다.
딱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원숭이가 진화하여 사람이 되었다는데 대하여 결코 믿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에호바의 손에 된 것이라고도 믿고 싶지 않았으나 그의?


그의 의미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먼 것 같아서 불러오기 어려울 것 같다. 


혼자 사아는 것이 가장 혼자 사아는 것이 되리라 하는 마음은
낙타를 타고 싶어하게하면 사막 너머를 생각하면

그곳에 좋은 곳이 친구처럼 있으리라 생각하게 한다.
낙타를 타면 그는 간다.
그는 낙타를 죽이리라 .
시간은 그곳에 아니 오리라.
왔다가도 도로 가리라.
그는 생각한다.
그는 트렁크와 같은 낙타를 좋아하였다.
백지를 먹는다.
지폐를 먹는다.
무엇이라고 적어서 무엇을 주문하는지
어떤 여자에게의 답장이 
여자의 손이 포스트 앞에서 한 듯이 봉투째 먹힌다.
낙타는 그런 음란한 편지를 먹지 말았으면

먹으면 괴로움이 몸의 살을 마르게 하리라는 것을 낙타는 모르니 하는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 그는
연필로 백지에 그것을 얼른 뱉어 놓으라는 편지를 써서 먹이고 싶었으나 낙타는 괴로움을 모른다.





정오의 사이렌이 호스와 같이 뻗쳐 뻗으면 그런 고집을 사원의 종이 땅땅 때린다.
그는 튀어 오르는 고무 뿔과 같은 종소리가 아무데나 함부로 헤어져 떨어지는 것을 보아갔다.
마지막에는 어떤 언덕에서 종소리와 사이렌이 한데 젖어서 미끄러져 내려떨어져 한데 쏟아져 쌓였다가 확 헤어졌다.
그는 시골 사람처럼 서서 끝난 뒤를 끝까지 구경하고 있다.


그때 그는
풀잎 위에 누워서 봄 냄새 나는 졸음을 주판에다 놓고 앉아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일곱 여섯 일곱 여섯 다섯 넷 다섯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여덟 아홉 여덟 아홉
잠은 턱밑에서 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그는 그의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졸음은 벌써 그의 눈알맹이에 회색 그림자를 던지고 있으나 등에서 비치는 햇살이 너무 따뜻하여 그런지

잠은 번쩍번쩍한다.
왜 잠이 아니 오느냐 자나 안자나 마찬가지인바에야 안자도 좋지만 안자도 좋지만

그래도 자는 것이 나았다고 하여도 생각하는 것이 있으니 있다면
그는 왜 이런 앵무새의 외국어를 듣느냐.        
원숭이를 가게 하느냐.
낙타를 오라고 하느냐.


받으면 내버려야할 것들을 받아가지느라고 머리를 괴롭혀서는 안 되겠다.
마음을 몹시 상하게 하느냐.

이런 것인데
이것이나마 생각 안했으면 그나마 올 것을 구태여 생각하여 본댔자

이따가는 소용없을 것을 왜 씨근씨근 몸을 달리 노라고 얼굴과 수족을 달려가면서 생각하느니 잠을 자지

잔댔자 아니다 잠은 자야 하느니라 생각까지 하여놓았는데도
잠은 죽어라 이쪽으로 조금만 더 왔으면 되겠다는데도 더 아니 와서

아니 자기만 하려 들어 아니 잔다.
아니 잔다면.
차라리 길을 걸어서 살 내어 보이는 스커어트를 보아서 의미를 찾지 못하여 놓고



아무 것도 아니 느끼는 것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라.
그렇지만 어디 그렇게 번번이 있나 그는 생각한다.


버스는 여섯 자에서 조금 위를 떠서 다니면 좋다.
많은 사람이 탄 버스가 많은 이 걸어가는 많은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가면
퍽 관계가 없어서 편하리라 생각하여도 편하다.

잔등이 무거워 들어온다.
죽음이 그에게 왔다고 그는 놀라지 않아 본다.

죽음이 묵직한 것이라면 나머지 얼마 안 되는 시간은 죽음이 하자는 대로 하게 내어버려두어

일생에 없던 가장 위생적인 시간을 향락하여 보는 편이 그를 위생적이게 하여 주겠다고 그는 생각하다가

그러면 그는 죽음에 견디는 셈이냐 못 그러는 셈인 것을 자세히 알아내기 어려워 괴로워한다.
죽음은 평행사변형의 법칙으로 보이르샤아르의 법칙으로 그는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는데도 왔다 떼밀어준다.
                              
                              



활호동시사호동 사호동시활호동 (活胡同是死胡同 死胡同是活胡同)
                                               (뚫린 골목이 막다른 골목    막다른 골목이  뚫린 골목)


그 때에 그의 잔등 외투 속에서 양복저고리가 하나 떨어졌다.
동시에 그의 눈도 그의 입도 그의 염통도 그의 뇌수도 그의 손가락도 외투도 잠방이도
모두 얼려 떨어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단추 넥타이 한 리틀의 탄산와사 부스러기였다.
그러면 그곳에 서있는 것은 무엇이었더냐 하여도 위치뿐인 폐허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그런다.
이곳에서 흩어진 채 모든 것을 다 끝을 내어 버려버릴까.
이런 충동이 땅위에 떨어진 팔에 어떤 경향과 방향을 지시하고 그러기 시작하여 버리는 것이다.
그는 무서움이 일시에 치밀어서 성낸 얼굴의 성내는 성낸 것들을 헤치고 홱 앞으로 나선다.
무서운 간판 저어 뒤에서 기웃이 이쪽을 내어다보는 틈틈이 들여다보이는 성내었던 것들의 싹뚝싹뚝된 모양이 그에게는 한없이 가엾어 보여서
이 번에는 그러면 가엾다는데 대하여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니 무엇을 내어 거얼까 그는 생각하여 보고
그렇게 한참 보다가 웃음으로 하기로 작정한 그는 그도 모르게 얼른 그만 웃어버려서 그는 다시 걷어 들이기 어려웠다.
앞으로 나선 웃음은 화석과 같이 화려하였다.





소 파 노 (笑 怕 怒)

              ( 웃음 두려움 분노)


시가지 한복판에 이번에 새로 생긴 무덤 위로 딱정벌레에 묻은 각국 웃음이 헤뜨려 떨어뜨려져 모여들었다.
그는 무덤 속에서 다시 한 번 죽어버리려고 죽으면 그래도 또 한 번은 더 죽어야 하게 되고 하여서

또 죽으면 또 죽어야 되고 또 죽어도 또 죽어야 되고 하여서

그는 힘들여 한 번 몹시 죽어보아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는 여러 번 여러 번 죽어 보았으나



결국 마찬가지에서 끝나는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그를 내어버려두십니까.
그래 하느님은 죽고 나서 또 죽게 내어버려두십니까 그래
그는 그의 무덤을 어떻게 치울까 생각하던 끄트머리에

그는 그의 잔등 속에서 떨어져 나온 근거 없는 저고리에

그의 무덤 파편을 주섬주섬 싸 끌어 모아 가지고 터벅터벅 걸어가 보기로 작정하여놓고
그렇게 하여도 하느님은 가만히 있는지를 또 그 다음에는 가만히 있다면 어떻게 되고

가만히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할 작정인가 그것을 차례차례로 보아내려가기로 하였다.
K는 그에게 빌려주었던 저고리를 입은 다음 양시가렛트처럼 극장으로 몰려갔다고 그는 본다.
K의 저고리는 풍기취체탐정처럼.
그에게 무덤을 경험케 하였을 뿐인 가장 간단한 불변색이다.
그것은 어디를 가더라도 까마귀처럼 트릭(속임수)를 웃을 것을 생각하는 그는
그의 모자를 벗어 땅위에 놓고 그 가만히 있는 모자가 가만히 있는 틈을 타서 그의 구두바닥으로 힘껏 내려 밟아보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종아리 살구뼈까지 내려갔건만 그곳에서 장엄히도 승천하여버렸다.

남아있는 박명의 영혼 고독한 저고리의 폐허를 위한 완전한 보상
그의 영적 산술
그는 저고리를 입고 길을 길로 나섰다.
그것은 마치 저고리를 안 입은 것과 같은 조건의 특별한 사건이다.
그는 비장한 마음을 가지기로하고 길을 그 길대로 생각 끝에 생각을 겨우겨우 이어가면서 걸었다.
밤이 그에게 그가 갈만 한길을 잘 내어주지 아니하는 협착한 속을
ㅡ그는 밤은 낮보다 빽빽하거나 밤은 낮보다 힘들거나 밤은 낮보다 좁거나 하다고 늘 생각하여왔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별일 별로 없이 좋았거니와ㅡ
그는 엄격히 걸으면서도 유기된 그의 기억을 안고 초조히 그의 뒤를 따르는 저고리의 영혼의 소박한 자태에

그는 그의 옷깃을 여기저기 적시어 건설되지도 항해되지도 않는 한 성질 없는 지도를 그려서 가지고 다니는 줄 그도 모르는 채 밤은 밤을 밀고 밤은 밤에게 밀리고 하여
그는 밤의 밀집부대의 속으로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모험을 모험인 줄도 모르고 모험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은

그에게 있어 아무 것도 아닌 그의 방정식 행동은 그로 말미암아 집행되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왜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것을 버리지 않고서 버리지 못하느냐.
어디까지라도 괴로움이었음에 변동은 없었구나.
그는 그의 행렬의 마지막의 한 사람의 위치가 끝난 다음에 지긋지긋이 생각하여보 는 것을 할 줄 모르는 그는

그가 아닌 그이지 그는 생각한다.
그는 피곤한 다리를 이끌어 불이 던지는 불을 밟아가며 불로 가까이 가 보려고 불을 자꾸만 밟았다.


아시이수설역급득삼야아시삼 (我是二雖說役給得三也我是三)

                                       (나는 비록 둘이라지만 열심으로 셋을 얻었다. 나는 셋이다.)

그런 바에야 그는 가자 그래서 스커어트 밑에 번쩍이는 조그만 메달에 의미 없는 베에제를 붙인 다음

그 자리에서 있음직이 있으려하던 의미까지도 잊어버려보자는 것이
그가 그의 의미를 잊어버리는 경과까지도 잘 잊어버리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자 그렇게 하여지게 그를 그런대로 내어 던져버렸다.
심상치 아니한 음향이 우뚝 섰던 공기를 몇 개 넘어뜨렸는데도 불구하고 심상치는 않은 길이어야만 할 것이 급기야는 심상하고 말은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지만

그 일에 이르러서는 심상해도 좋다고 그래도 좋으니까.
아무래도 좋게 되니까 아무렇다 하여도 좋다고 그는 생각하여버리고 말았다.


LOVE PARRADE

                    (사랑의 행진)   


그는 답보를 계속하였는데 페이브멘트는 훌훌 나르는 초코렛처럼 훌훌 날아서 그의 구두바닥 밑을 미끄럽게 쏙쏙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그로 하여금 더욱더욱 답보를 시키게 한 원인이라면 그 것도 원인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원인의 대부분은 음악적 효과에 있다고 아니 볼 수 없다고 단정하여 버릴 만치

 이날 밤의 그는 음악에 적지 아니한 편애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없을 만치
안개 속에서 라이트는 스포오츠를 하고 스포오츠는 그에게 있어서는 마술에 가까운 기술로 밖에는 아니 보이는 것이었다.

도어가 그를 무서워하며 뒤로 물러서는 거의 동시에 무거운 저기압으로 흐르는 고기압의 기류를 이용하여

그는 그 레스토오랑으로 넘어졌다 하여도 좋고 그의 몸을 게다가 내어 버렸다 틀어박았다 하여도 좋을 만치
그는 그의 몸뚱이의 향방에 대하여 아무러한 설계도 하여 놓지는 아니한 행동을 직접 행동과 행동이 가지는 결정되어있는 운명에 내어 맡겨버리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 돌연적인 탓에 그에게서 빠져 벗어져서 엎질러졌다.
그는 이것은 이 결과는 그가 받아서는 내어던지는 그의 하는 일 의무 의미에서도 제외되는 것으로 사사오입 이하에 쓸어내었다.

그의 사고력을 그는 도막도막 내어놓고 난 다음에는
그 사고력은 그가 도막도막 내인 것인 아니게 되어버린 다음에
그는 슬그머니 없어지고 단편들이 춤을 한 개씩만 추고 
그가 물러가 있음직하게 생각되는 데로 차례로 차례 아니로 물러버리니까
그의 지껄이는 것은 점점 깊이를 잃어버려지게 되니 무미건조한 그의 한가지씩의 곡예에 경청하는 하나도 물론 없을 것이었지만
있었으나
그러나 K는 그의 새빨갛게 찢어진 얼굴을 보고 곧 나가버렸으니까
다른 사람 하나가 있다.
그가 늘 산보를 가면 그곳에는 커다란 바윗돌이 돌연히 있으면

그는 늘 그 곳에 기대는 버릇인 것처럼



그는 한 여자를 늘 찾는데
그 여자는 참으로 위치를 변하지 아니하고 있으니까

그는 곧 기댄다.
오늘은 나도 화나는 일이 썩 많은데 그도 화가 났습니까 하고 물으면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기 전에 그러냐고 한번 물어보는 듯이
눈을 여자에게로 흘깃 떠보았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
여자도 곧 또 고개를 끄덕끄덕하지만
그 의미는 퍽 다른 줄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지만 그는 알지 않는다.

오늘 모두 놀러갔다가 오는 사람들뿐이 퍽 많은데 그도 놀러 갔었더랍니까. 하고
여자는 그의 쏙 들어간 뺨을 쏙 씻겨 쓰다듬어주면서 물어보면
그래도 그는 그렇다고 그래버린다
술을 먹는 것은 그의 눈에는 수은을 먹는 것과 같이 밖에는 아니 보이게 아파 보이기 시작한지는 퍽 오래되었는데
물론 그러니까 그렇지만 그는 술을 먹지 아니하며 커피를 마신다.
여자는 싫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아니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있는 눈 갓이 대단히 벌게지면 여자의 눈은 대단히 성질이 달라지면 여자는 그에게 별 짓을 다하여도 그는 변하려는 얼굴의 표정의 멱살을 꽉 붙들고 다시는 놓지 않으니까
여자는 성이 나서
이빨로 입술을 꽉 깨물어서 피를 내이고 축음기와 같은 국어로 그에게 향하여 가느다랗고 길게 막 퍼부어도

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
여자는 운다.
누가 그 여자에게 그렇게 하는 버릇이 여자에게 붙어 있는 줄 여자는 모르는지
그가 여자의 검은 꽃 꽂힌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면 너는 고생이 자심하냐는 말을 으레 하는 것이라 그렇게 그도 한줄 알고
여자는 그렇다고 고개를 테이블 위에 엎드려 올려놓은 채

좌우로 조금 흔드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말은 아니고 상하로 흔들 수 없는 까닭인 증거는

여자는 곧 눈물이 글썽글썽한 얼굴을 들어 그에게로 주면서 팔뚝을 훌훌 걷으면서
자아보십시오 이렇게 마르지 않았습니까. 하고
암만 내밀어도 그에게는 얼마만큼에서 얼마큼이나 말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겠다고 그저 간단히 건드려만 두면 분한 듯이 여자는 막 운다.


아까까지도 그는 저고리를 이상히 입었었지만
지금은 벌써 그는 저고리를 입은 평상시를 걷는 그이고 말아버리게 되어서 길을 걷는다.
무시무시한 하루의 하루가 차츰차츰 끝나 들어가는구나 하는 어둡고도 가벼운 생각이
그의 머리에 씌운 모자를 쓰면 벗기고 쓰면 벗기고 하는 것과 같이 간질간질 상쾌한 것이었다.

조금 가만히 있으라고 전구의 씌워진 채로 있는 봉투를 벗겨놓은 다음
책상 위에 있는 여러 가지 책을 하나씩 둘씩 셋씩 넷씩 트럼프를 섞을 때와 같이 섞기 시작하는 것은
무엇을 찾기 위한 섞은 것을 차곡차곡 추리는 것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만
얼른 나오지 않는다.
시계는 여덟시 불빛이 방안에 환하여도 시계는 친다든가 간다든가 하는 버릇을 조금도 변하지 아니하니까
이때 부터쯤 그의 하는 일을 시작하면
저녁밥의 소화에는 그다지 큰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까닭은
그는 결코 음식물의 완전한 소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대개 웬만하면 그저 그대로 잊어버리고 내어버려두리라 하는 그의 음식물에 대한관념이다.

백지와 색연필을 들고 덧문을 열고 문 하나를 연 다음 또 문 하나를 연 다음 또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인제는 어지간히 들어왔구나 생각되는 때 쯤 하여서
그는 백지 위에다 색연필을 세워놓고 무인지경에서 그만이 하다가 고만두는 아름다운 복잡한 기술을 시작하니
그에게는 가장 넓은 이 벌판 이 밝은 밤이어서 가장 좁고 갑갑한 것인 것 같은 것은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날이 이렇게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들어갈 수 있는 한도는 점점 늘어가니
그가 들어갔다가는 언제든지 처음 있던 자리로 도로 나올 수는 염려 없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차츰차츰 그렇지도 않은 것은 그가 알고서는 그러지는 않을 것이니까.
그는 확실히 모르는 것이다.

이런 때에 여자가 와도 좋은 때는
그의 손에서 피곤한 연기가 무럭무럭 기어오르는 때이다.
그 여자는 그 고생이 자심하여서 말랐다는 넓적한 손바닥으로 그를 투덕투덕 두드려 주어서 잠자라고 하지만
그는 여자는 가도 좋다 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가끔 정말 좀 와주었으면 생각도 한다.
그가 만일 여자의 뒤로 가서 바지를 걷고 서면
그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되어버릴 만큼 화가 나서
말랐다는 여자는 넓적한 체격을 그는 여자 뿐 아니라 아무에게서도 싫어하는 것이다.  빈약

넷ㅡ하나 둘 셋 넷 이렇게 그 거추장스레 굴지 말고 산뜻이 넷 만 쳤으면 여북 좋을까 생각하여도
시계는 그러지 않으니 아무리 하여도 하나 둘 셋은 내어버릴 것이니까. 요점정리

인생도 이럭저럭하다가 그만일 것인데
낯모를 여인에게 웃음까지 산 저고리의 지저분한 경력도 흐지부지 다 스러질 것을 이렇게 마음 조릴 것이 아니라
전구에 봉투 씌우고 옷 벗고 몸뚱이는 침구에 때내어 맡기면 얼마나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어 편할까하고 그는 잔다.


                                                                                                               1932, 2, 13 (一九三二, 二, 十三)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7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1923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물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
Public domainPublic domainfalsefalse
저자: 이상
http://www.dlibrary.go.Kr/JavaClient/jsp/wonmun/full2.jsp?v_Kw_str=%E6%AF%94%E4%B9%85&v_db=18&v_doc_no=48280&mode=1


원본 주소 "https://Ko.wiKisource.org/w/index.php?title=지도의_암실&oldid=139036"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