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 특강 / 박남철

 

 

나는 부처 팔아먹고 살고, 이승훈이는 이상 팔아먹고
살고, 송 머시기 이승훈이  팔아먹고 산다! 라는, 당대의 한 말씀을 남겨주셨다는,

그 어떤 큰스님의 또 다른 한 말씀이,

서기 2011년 11월 8일 저녁 6시 30분
무렵, 신사동의 엠지타워 3층 ‘유심 세미나실’에서 시작된 문학 강연회에서 또다시 터져나오시고야;
말았던, ‘거디었던’, 것이다!
권영민 교수님의 ‘이상 문학 특강’의 말머리에서, 부터!

권 선생,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말이지,
그냥 대충 어중간히 하려면, 그냥 집어치워버리든지,
권 선생, 한번 일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아내고야 말아야지!

나는, 일단은, 권영민 교수님의 그 강연의 말머리가
그냥 며칠 전에 만나보셨다는 한 노스님의 영역에 오신
분의 예우 차원의 말머리이시겠거니 했었다, 일단은, 그냥.

격월간 《유심》 측에서 11월 1일 자로 보내온 전자편지상의
주제는 ‘이상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였었고, 청중들에게
나누어진 유인물의 제목은 ‘이상 문학과 새로운 시각의 발견’,
이었었지만, 별도로 나누어진 한 장의 유인물에는 〈오감도〉
연작 중 〈시 제5호〉가…… 상단에는, 국한문혼용체본으로,
하단에는, ‘일본어 원문’이라고, 일본어본으로 인쇄되어 있어,

翼殷不逝 目大不覩--→

하여, 나는 바로 직감해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하, 이놈이 바로 오늘의 문제인 놈인 것이로구나!

하여,
그리하여,
이제 내가,
더 이상 뭘 더 쓴다면서,
이 시를 더 쓴다면서,
중언부언을 더 해볼 수가 있을 것인가?

권영민 교수님은 처음에는 서서 말씀을 해주시다가, 어째
말씀이 좀 되기 시작한다는 판단이 드셨을 무렵에는, 앉아서
얘기를 하시겠다고 양해를 구해오신, 다음에는

엠지타워 3층의 ‘유심 세미나실’의 층수를, 단박에, 6층으로
높여버려 주시더니, 다시 조금 있다가는 9층으로, 다시 조금 더
있다가는 13층으로, 다시 조금 더 있다가는, 에라, 33층으로, 하는
식으로, 자꾸만 그 무슨 ‘타워’랄 것도 없는, 조그만 전체 5층 빌딩
중의 3층의 층수를, 자꾸만자꾸만 더 높여주시던 것이었다!

내가 지금, 시방, 그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절대 아니다!

그때 그날 그 자리에는 분명히 신달자 선생님도 계셨고,
홍사성 주간님도 계셨고, 나무 무무무 (혹은 공공공) 시인님도 계
셨었고, 우리 정숙자 시인님까지도 다들 그 자리에 계셨으니까. 다들
꼭 그 무슨 마술사에게라도 홀린 사람들처럼 숨소리 하나도 제대로
내시지도 못하신 채, 그저 고공으로, 고공으로, 부상되고
고양들 되시느라 혼쭐들이 다 나가버리신 상태였으니까!

세상에, 다들 한번 생각들을 해보시라! 많게는 꼭 306층 높이로
까지 들려져 올라갔다가 도로 살아서 내려온 고소공포증의 청자도;
여기 이렇게 한 명 있다면, 진실로, 진실이라고 믿어주시겠는가?

신달자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유심 세미나실’이 생긴 이래로
그렇게 많은 청중들이 모이기도 또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셨다니깐!

나중에, 신달자 선생님께서 ‘이건 그냥 차비이니깐!’ 하시며
넣어주시던 ‘차비’로 택시를 타고 중계본동으로 돌아오면서야,
나는, 간신히, 왜 권영민 교수님…… 내가 이제야 간신히 내 시에서
‘교수님’이라는 말을 한번 제대로 써보는 것이다! ……께서 말머리에서

부터, 그런 말씀을 다 해주셨는지, 그 무슨 예우의 차원이라거나 아부,
또는 그따위 흔해빠진 ‘조비어천가(曺飛御天歌)’의 차원에는 도저히 미치치도 못할;
그 어떤 영역의 말씀이셨던지를!

翼殷不逝 目大不覩--→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권 선생, 날려면 날고 말려면 말고 말이지……
그냥 대충대충 어중간히 날려면, 그냥 집어치워버리든지……
권 선생, 한번 날기 시작했으면 끝장을 한번 보아내고야 말아야지……

 

박남철 | 1953년 경북 포항(영일) 출생.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상의 인간》 《자본에 살어리랏다》 《바다 속의 흰머리뫼》 《제1분》 등이 있다. 불교문예작품상 등 수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