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까마귀 소리에 얼른 일어나 문을 열었다.
주인공은 작가다. 친구의 별장 바깥채 작은 사랑을 빌려 기거하게 됐다.
방 가까운 데에서 '까르르……' 하고 GA 아래 R 발음의 까마귀 소리가 자주 들린다.
근처에는 돼지 기르는 데가 있어 까마귀가 떠나지 않는다.
개울 건너에 산다는 폐병 환자인 젊은 여인이 이곳 별장 정원으로 가끔 산책을 온다.
날이 갈수록 더 창백해진 그 가엾은 여인은 그간 두어 번 각혈을 했다고 한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여자는 죽음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깨우쳐 주는 것 같아 까마귀가 싫다고 했다.
연민을 느끼게 되었으나
여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애인은 사랑한다는 증거로 각혈을 한 피를 반 컵이나 마신 사람이라고 했다.
여인은 까마귀 뱃속에 귀신이 들어있는 것처럼 무섭다면서 자기는 살고 싶은 의욕이 떠난 지 오래라 말한다.
그는 여인이 간 뒤, 활을 만들어 까마귀를 잡는다.
죽음만을 생각하고 있는 여인이 오면 까마귀를 해부해서 단순한 내장이 들어 있을 뿐이란 것을 증명해 보이리라.
그러나 정원에 눈이 녹고 까마귀 시체도 해부하기 알맞게 녹을 때까지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개울 건너 넓은 마당에 영구차가 있는 것을 본다.
전나무 꼭대기에서는 까마귀가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인은 죽었다.
영구차에 여인의 애인이 오르고는 서서히 떠나갔다.
함박눈이 내렸다.
까마귀는 이따금씩 그저 까악― 까악―거리다가 이따금씩 까르르― 하고 그 GA 아래 R이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내며 울었다.
작가 이태준이 1936년 1월 -조광-에 발표한 단편 <까마귀>이다.
까마귀
까마귀의 의미는 일본제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이런 일련의 항일 저항 세력을 총칭하는 말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친일파다.
작품 속의 가엾은 패병환자 여인은 언젠가는 패망에 이를 일제 침략주의자들을 이르는 말이며
여인의 각혈한 피를 들이마신 여인의 애인은 살육의 피를 좋아하는 일본 침략 군부를 이르는 말이다.
친일파 들은 일제에 잘 보이려고 그들의 사냥개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들은 일제 경시청의 프락치fraktsiya 노릇을 하고 있다.
여인에게 환심을 사려고 공연한 까마귀를 활로 쏘아 죽이듯이.....
독립의지를 가진 의로운 사람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1936년 9월 5일 손기정 선수 일장기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언론탄압이 시도된다.
까마귀들은 이날 저녁에도 별다른 소리는 없이 그저 까악― 까악―거리다가 이따금씩 까르르― 하고 그 GA 아래 R이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내곤 하였다.
GA 아래 R GA 아래 R GA 아래 R
가 아래 라! 가아래라! 가래라! 일본놈들 가래라!
1936년 1월 단편 -조광-
까마귀와 오감도鳥瞰圖 - 1936년 이상과 이태준의 처지
李箱이상은 1934년 7월 본 소설 “까마귀”의 작가인 상허 이태준의 추천으로 조선중앙일보에 烏監圖詩오감도시 15편을 개재한다.
烏오: 까마귀 오
이상과 이태준은 문학가 모임인 九人會구인회 일원 이었다.
구인회는 당시 카프 문학의 정치성과 계급문학에 반대한 유일한 순수문학 동인들의 모임이다.
다른 학파들은 구인회가 자유주의파요, 無意志派무의지파 라며 자연 소멸 될 것이고 언젠가는 반일저항세력이 될 것이라 우려를 나타낸다.
1932년 이후 일제의 탄압의 강도는 높아지고 특히나 언론탄압과 친일파 전향으로 인하여 순수문학파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뭔가에 쫒기 듯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직장을 버려야했고 사업은 실패하고 살림살이는 곤궁해져 간다.
지혜로운 까마귀 고조선 때부터 숭상의 대상이던 까마귀
이상의 시 오감도는 까마귀가 내려다 본 조선의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까마귀라는 詩語시어는 구인회와 이상과 절친한 동지들간에 통용되는 암호와도 같다.
까마귀 = 항일 저항운동가
원문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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